박명숙 :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초빙 연구원 / 출처 : 월간복지동향(2024.12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사회적 고립의 다차원성
인간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사회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과 상호작용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적 관계는 개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정서적 건강 유지와 사회적 정체성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관계는 가족, 친구, 동료, 지역사회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관계의 범위와 질은 개인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사회적 관계가 건강하고 긍정적일수록 개인은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며 사회적 소속감이 강화된다.
사회 속에 살아가는 모든 개인은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삶의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사회적 관계가 잘 발달한 사람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자원을 쉽게 동원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망의 범위가 좁고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사회적 고립 상태에 빠지기 쉽다. 더 나아가, 사회적 고립은 정서적 고립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삶의 질은 낮아진다.
사회과학에서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란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체계의 단절, 특히 삶의 유지에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의미있는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사회적 지지의 부족과 결여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적 고립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나 증상과 깊이 연관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넘어, 개인이 심리적·정서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를 포함한다. 이러한 고립은 외로움, 낮은 자존감, 소외감을 증가시키며, 개인의 자아 개념을 부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무력감을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참여와 활동이 감소하고, 지속적인 외로움은 만성적인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앤드류와 플래내건(Andrews & Flanagan, 2010)의 연구를 보면, 사회적 불안은 사람들이 사회적 상황에서 긴장과 불편함을 느끼게하여 관계 형성을 회피하거나 제한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심화되면 분노가 증가하고 비행 행동이나 폭력과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즉, 사회적 고립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적 결속과 연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부 개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스스로 사회적 교류를 피하고 자발적 고립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배제의 문제를 야기한다. 사회적 배제는 개인이 자원, 권리, 재화 또는 서비스의 부족을 경험하거나 거부당하여, 기존에 유지해 온 정상적인 관계나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강제로 타인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비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사회에 통합하고 지원하는 것은 사회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책임이다.
사회적 고립은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회적 고립은 단순히 한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가 상호 연결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고립 과정은 개인의 심리 상태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개인의 가족관계, 직업, 지역사회 참여,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개인이 심리적 문제로 인해 가족과의 교류가 감소하고 사회적 활동을 줄이면 이는 노동시장 참여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할수록 가속화되어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지역사회와의 연대가 약해지면 고립은 더욱 심화하고 국가 지원체계에 대한 의존이 증가하며 그 영향은 누적된다.
따라서 사회적 고립은 특정 영역에 국한된 단일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유기적 관련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차원적이며, 복합적인 맥락에서 형성되고 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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