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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사회적 고립과 노년기 삶의 위기 :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위기

by 착한 유박사 202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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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숙 :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초빙 연구원 / 출처 : 월간복지동향(2024.12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위기 

 

노년기는 신체적 노화와 함께 심리적 위기감을 경험하는 시기이며,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약화되는 시기이다. 노년기의 신체적 노화는 때때로 질병이나 만성 건강 문제로 이어져 노인의 자립성을 저하해 일상생활의 활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위기감이나 상실감을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노인은 은퇴, 배우자나 친구의 사망, 사회적 역할의 축소와 같은 경험을 통해 자신이 과거에 비해 사회에서 덜 중요한 존재라고 느낄 수 있다. 사회적 고립 상태는 개인의 자존감 감소나 우울증, 불안감 등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역할의 상실은 개인이 느끼는 소속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소속감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사회적 관계망 내에서 의미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다. 사회적 역할이 사라지면 사람은 자신이 더는 사회적 관계망의 중요한 성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으며 이는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유대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노년기 은퇴는 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사람의 일상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큰 변화를 불러오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직장 생활은 단순히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정기적인 상호작용과 관계 형성의 중요한 장이 된다.

 

하지만 은퇴는 직장 동료와의 일상적인 교류가 끊기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가 줄어들게 만들어 일상적인 사회적 지지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퇴를 맞은 대부분의 노인은 경제적 어려움도 겪게 된다.  

 

한국 노인은 심각한 수준의 저소득 문제와 빈곤 위험성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보고서 2023’ 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소득 인구 비율)은 39.3%로 18∼65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10.6%의 4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금 한눈에 보기 2023’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 37개국 평균 노인 소득 빈곤율은 14.2%인 반면,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40.4%로 가장 높다. 이처럼 한국은 오랫동안 선진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 생계유지를 어려워하는 노인들이 극단적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Wilson, W. J., 2012)에 따르면, 개인이 소유하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갖게 되는 자원의 가치와 활용 가능성이 달라진다. 또한 그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을 빈곤의 재생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노인의 사회적 역할의 상실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며 활용 가능한 자원에 격차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 불평등으로 이어져 쉽게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최근 핵가족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부부 중심으로 사는 노인이나 독거노인이 많아지며 가족으로부터도 점차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하거나 물리적으로 멀리 이사하게 되면, 부모 세대는 그동안 일상적인 가족 내 상호 작용에서 얻었던 정서적 지지와 교류가 줄며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이 커질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19.8%가 노인 독거 가구이며, 노인 부부 가구 58.4%, 자녀 동거 가구 20.1%, 기타 가구 1.7%로 나타났다. 노인 단독가구(독거노인 및 노인 부부 가구)가 2008년 66.8%에서 2020년 78.2%로 증가했고 자녀 동거 가구는 2008년 27.6%에서 2020년 20.1%로 감소한 것이다.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도 2008년 32.5%에서 2017년 15.2%, 2020년 12.8%로 감소하고 있어, 향후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적 고립은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특히 노인의 경우 사별이나 자녀의 독립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 경제적 빈곤에 처하거나 사회적 자원에 접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열악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은 사회적 관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어 우울, 자살, 고독사 등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2024)에서 실시한 한국의 연령대별 자살률 통계를 살펴보면, 20대 23.5명, 30대 27.3명에 비해 70대가 41.8명, 80대 이상은 61.3명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연도 기준 OECD 회원국 노인자살률 평균은 16.5명인데 한국은 42.2명(2021년)으로 1위이며, OECD 평균 보다 2.6배 높다.

 

이는 한국의 노년기에 대한 사회적 위험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으로 노인의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노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과의 교류가 부족한 상태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사회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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